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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2세대의 글쓰기 : When my name was Keoko 와 When you trap a tiger를 중심으로 (1)

김힘 2021. 10. 12. 04:22

~210824 완독




샬롯의 거미줄을 완독한 후에 뭘 읽을지 이것저것 찍먹을 좀 했다. 내사모남 시리즈로 유명한 제니 한 작가의 <The summer I turned pretty> 시리즈는 분명 렉사일 지수는 낮은데 문장이 어려웠다.. 왜일까 십대 아이 입장의 문장이라 그런가? 아무튼 어려워서 맨날 첫 장면에서 하차.
로얄드 달은 내가 머리가... 이렇게 좋은 지 몰랐다니까... 영어를 읽는 순간 한국판 문장이 바로 연상되어서 짜증나서 하차. 젠장~~
베네딕트 소사이어티는 분량이 많아서... 지금 나는 빨리 완독 마크 붙이고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는데 너무 길어서 하차...
Holes 는 내가 사막 물 없고 마른 미국의 서부... 뭐 그런 이미지를 별로 안 좋아해서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하차...

이쯤 가면 도당체 나의 취향이란 무엇인가!? 이 눈만 높은 자식아~~ 하는 말이 절로 나오기 마련이고... 그래서 고민하다가 내가 무엇보다도 잘 아는 것에 대한 책은 재미있을 거 같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국을 소재로 한 책을 찾았고 그래서 발견한 린다 수 박 작가의 When my name was Keoko. 내 이름이 교코였을 때. 케오코인지 쿄코인지 몰랐는데 한국판에 교코라고 적혀서 출판됐더라고 그래서 교코....

솔직히 한국에서 정규교육을 받은 한국인이라면 제목만 들어도 이 책이 무슨 내용일지 감이 잡힐 거라고 생각한다.. 일제강점기 창씨개명을 당한 여자애 선희(Sun-hee인데 선희인지 순희인지 모르겠음...) 와 걔네 오빠 Tae-yul 그 가족의 이야기이다.

어린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은 만큼 그냥 덤덤하고 중립적이고 관찰하는 시선의 이야기 진행을 기대했고 딱 그만큼이었다. 만약 한국을 전혀 모르는 독자가 이 책으로만 한국의 역사를 배운다면 그 당시 조선 안팎에서 격렬하게 싸웠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을까? 모를 것 같다... 선희네 삼촌이 독립운동을 하긴 했는데 그냥 그게 전부다. 내가 알고 있는 독립운동가들의 투지와 열망이나... 희망 같은 건 크게 느껴지지 않았음. 그 엄마는 무궁화나 전통예물을 숨기는 등 조용한 저항을 하는데 그게 전부임. 아 독립운동 했던? 하는?? 여성인물이 나오긴 했는데 어린 여자애의 시선에서는 그냥 한 줄 뿐이고 별도의 서사나 묘사는 없음.

내가 이걸 6.25~광복절에 읽었는데 그래서 영화 암살이랑 웹툰 고래별(우라 코레아 ㅠㅠㅠ 스네그로치카가 있다면!!! 너 같을까!!!!!! 내가 너 때문에 러시아 어 시작한다 송해수!!!!!) 을 같이 봤거든 근데 너무 달랐다. 매체가 가진 무게가... 이 정도까지의 우회적이고 중립적인 서술을 의도한 거였다면 성공한 셈이지만 그 이면에 조선인으로 살고자 피땀눈물 흘려가며 애쓰던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는 내 입장에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음..

그렇게.. 그냥 아쉽고 끝날 뻔 했는데 슬슬 어이가 없는 게 나오더라고 그래 이게 끝이 아니야 ^^ 저 태열이 색기 아주 부모님 억장 무너지게 하는 색기임. 저놈색기 천자문과 동몽선습 소학 명심보감 코스 안 밟았냐 유교 모르냐 부모님 속쎅이지 말라고 안 배웠드나 아 시대상이 시대상인지라 배우지 못했나...(ㅠㅠ)

아무튼 이 태열이 색기 만나면 내가 볼기짝을 때려주고 말 테다. 이놈색기 생각하는 꼬라지가 아주 어 이눔새끼 ... 이놈색기 작중행적이 뭐냐면 뱅기가 넘나뤼 좋은 항덕 밀덕의 새싹인데 조선인이 겁쟁이라고 조롱받으니까 조선인겁쟁이아니라고!!! 하면서 가미카제에 자원함. 난 이 문단을 읽고 엄청나게 빡이치고말았어.

태열이는 속아서 간 것도 아니다. 개죽음 당하러 가는 거라고 다 아는데 자원했다. (물론 독립운동하러 간 삼촌의 안전을 위해 순사랑 약간의 딜이랄지... 기싸움을 한 거나 뭐 이렇게저렇게 하면 살아돌아올 수 있을거란 계획도 나름 있긴 했는데 아무튼 저것도 사실임) 아 진짜 화나서 타자가 안 쳐지네 미친자식아 진짜 저런 조선인이 있었을까?? 있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사례 말고도 수많은.. 속아서, 강제로 끌려가서, 알지만 압력을 받아서 반강제로 끌려간 사례가 넘치고 넘치는데 그중 자원해서 간 사례가 이 시대를 표현하는 대표자가 될 수 있나??? 아니!!!!!!!!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 ㅆㅂ... 미쳤어?? 조상님들이 뒷목 잡는다. 수 많은 안타깝고 가슴 찢어지고 눈물 나고 내 안의 각시탈 깨어나는 억울한 사례가 넘치는데 왜 하필 자원한 경우를 가지고 소설을 썼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가해 국가가 제대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 진행도 그냥 새로운 서사 시도로 볼 수 있겠지만 가해국가가 입 싹 씻고 아닌뒈~~ 니네가 자원해서 우리가 보낸건데~~ 우리는 조선인을 학대하지 않았는데~~ 라고 우기는 상황에 이런 서사가 나와버리는것은??? 대단한 핑곗거리 제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약간 그거.. 뭐라고 해야 하지 나는 겁쟁이가 아님을 증명하려고 도전하는 그 감성... 그거 우리 것이 아니다.. (척사파 김힘선생) 그렇지 않냐? 그 순간 태열이한테서 약간 미국 성장소설 반항기 제대로 온 십대 주인공이 보여서 약간 낯설었다. (미국 소설 맞음) 옛날에 동양인들은 피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하면 최대한 피하는 게 지혜고 미덕이라면 서양인은 피할 수 있는 문제여도 맞서는게 미덕이고 지혜다 뭐 이런 썰을 읽은 적이 있거든 당시에는 읽으면서 먼 개소리래~ 하고 넘어갔는데 지금 태열이 행적에 대입해 보니 진짜 맞는 거 같음. 한국인 태열이는 충분히 슬기롭게 피할 수 있었음. 근데 이 책은 미국 소설이고 그렇지 못했던 거야.. 미쿡 소설 인물 Tae-yul은 그 순간을 도저히 피할 수 없었던 거지 ,,, 그런 식으로 한국인 인물에게 어뭬리칸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흠칫하곤 했다.

아니 근데 겁쟁이 아니라고 맞서는 것도 아메리칸이긴 한데 겁쟁이에 집착하는거 자체도 우리 것이 아니지 않나...? 겁 많은 걸 유독 조롱하는 문화가 있던가 한국에 없는거 같은디 해봐야 뭐 쫄보 정도지

글고 이거는 슬픈 건데 독립운동 하던 선희네 삼촌이 선희의 삽질로 멀리 도망가는게 이 책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거든. 선희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해서 삼촌을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스스로 자책하는 장면이 너무 실감나게 다가와서 외국어로 읽는 나까지 힘들었다. 그리고... 그 삼촌 만주인가 북쪽에 머물렀단 말이야 근데 해방이 찾아왔고...? 그때 좀 불안하긴 했는데 결정적으로 코뮤니스트라는 단어가 나왔어... 그 문단.. 문단도 아냐 공산주의자라는 단어 읽자 마자 난 삼촌의 결말을 짐작해버렸고... 선희 불쌍해서 눈물이 왈칵 났다.. 네 작은 실수 때문에 삼촌 지금 북한 사람 되게 생겼다 선희야.. 철없는 태열이자식의 경우는 몰라도 이런 사람들은 정말 많았겠지 작은 사건 때문에 운명이 비틀려버린 사람들.. 어떡하냐고 진짜 이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살아갔던 사람들아... 나 너무 슬퍼 진짜.. 아마 삼촌이 탈북하지 않는 한 선희는 평생 자기가 삼촌을 북한에 머물게 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 거라는 걸. 그리고 해방 5년 뒤에 터지는 사건도 잘 아니까 이 가족이 해방을 겪은 후에도 안전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한국 역사를 아는 나는 너무 잘 아니까.. 가슴이 너무 아팠다. 삼촌 5년의 시간이 남았어 그 전에 탈북하자 아니면 전쟁할때 또 강제징집이라도 됐겠지 뭐 탈영이라도 해서 남쪽에 내려와...ㅠㅠㅠㅠ 아 마음 아파

그렇게 완독 후 각시탈.. 역사를 사랑하는 애국자 뽕에 차서 이번 광복절과 6.25 관련 방송과 인터뷰를 좀 찾아봤는데 코로나 시국 때문도 있겠지만 갈수록 그 당시 경험자 인터뷰가 적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6.25와 광복 70주년이 넘었으니 당연할 수도.. 아직은 그 시대를 겪었던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 송해 할아버지도 휴전 전보 직접 쳤단 썰을 거뜬히~ 방송 나와 풀 수 있으시다. 하지만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 시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이시다. 그래서 나는 그 시대와 관련된 이야기를 조부모님께 전해듣지 못했다. 이런 주제의 이야기를 할 때면 모두 자신의 경험담 혹은 자기 조부모님의 경험담을 꺼내곤 하는데 나는 그런 이야기를 갖고 있지 않으니 그런 자리에서 할 말이 없다. 그럴 때면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는데 요즘 그게 뭔지 알 것 같다. 시간이 점점 가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를 직접 겪은 분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와 나처럼,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사람과 그 후손들이 점점 많아질 거다. 그러면 그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은? 누가 남을까? 우리가 역사를 꼭 배우고 보존하고 존중해야 하는 이유.

글이 길어지니 2로 넘기겟음 ^^ 친구랑 밥먹으러 갈건데 오늘 안에 쓸 수는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