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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2세대의 글쓰기 : When my name was Keoko 와 When you trap a tiger를 중심으로 (2)

김힘 2021. 10. 12. 04:27

210911 ~ 211007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2021년 뉴베리상 수상작!

저번에 리뷰했던 When my name was Keoko는 2002년에 출간된 책이다. 그리고 이 책 When you trap a tiger는 2020년에 출간된 책이다. 18년이니까 20년 좀 안 되는 시간이 지났다. 한국식으로는 강산이 두 번 변했다! 그 시간은 한국에게도 한국계 미국인에게도 의미 있는 성장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성장이 두 책의 제목에도 나타나 있다고 생각한다. When my name was Keoko. 강제로 이름을 바꿔야 했던 한국인 소녀는... When you trap a tiger. 이제 호랑이를 덫에 가둘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이런 뜻이 아닐까? 이런 의미부여를 해보고 막 이래...ㅋㅋㅋㅋ

선희가 교코였던 때 한류가 이렇게 .. 당황스러울 정도로 커질 줄 누가 알았겠냐고.. 난 심지어 방탄소년단이랑 오징어게임 본 적도 없는데 외국인들이 막 봤냐고 물어봐... 저는 별그대도 본 적 없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때 선희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 나는 단순히 우리나라 것들이 해외에서도 유명하다니 이게 무슨 조화 신기하구만 ㅋㅋ! 이런 정도로 하고 끝났는데 국외에 체류하는 한국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류의 부상 후 주변 현지인들의 대우가 확실히 조금씩 달라진다고 한다. 소프트빠와가 이렇게 중요하구나.. 우리나라가 단순히 힘만 센 나라가 아니라 문화 강국이 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던 김구선생님 도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보신 겁니까...

나는 내 국적, 평생 체류해온 나라, 대대로 조상의 국적까지 모두 똑같은 한국인이다보니 재외한국인에 대한 것은 잘 모른다. 주류에 동화되지 못하는 그 소외감 같은 거? 그런 부정적인 것만 조금 들어봤더니 그런 거 밖에 모르네.. 그들이 조상의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면서 사는지 나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이민자들의 후손은 자신의 정체성을 이런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융합하며 사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할머니를 살리기 위해 호랑이를 잡을 정도로 고군분투하는 릴리의 모험담이다. 릴리는 알까.. 예로부터 조선에서 호랑이 잡는 일은 단 한 방으로 호랑이를 죽일 수 있는 명 사냥꾼이 할 수 있는 거였다는 걸.. (잡는 건 아니고 그냥 덫으로 묶어두는 것에 가깝지만 할튼) 하여튼 릴리는 스스로를 QAG(조용한 아시아 여자애) 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볼 때 너는 장군감이다.

그리고 호랑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부분부터 너무너무 궁금한 게 생겨서 작가한테 트위터 디엠 보내고 싶었다.. 릴리 샘 엄마 할머니 그들 중에서 호랑이띠가 있나요... 내가 볼 때 니들 중에 분명 호랑이 띠가 있다... ㅋㅋㅋㅋ 트위터에도 적어놨지만 한국 전통이야기에서 모티브 따온 거 아니랄까봐 귀신같이 띠 찾아보는 K-미신 존나 코리안... 10 98 96 74 62 50... 그들 중에 누군가는 분명 이 때 태어났을 거다...

후반부로 갈수록 정말 잘 쓴 책이라고 느꼈다. 정말로.. 외국어로 읽었지만 그 감정이 휘몰아치는게 느껴져서 정말 이 사람 글 잘 쓰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었다. 그러기 쉽지 않잖아. 나는 우리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살짝쿵 울었다...

작가의 말 마지막에서 작가는 단군신화를 찾아봤다고 한다. 호랑이랑 곰의 인간되기 존버프로젝트에서 광탈한 호랑이. 존버를 성공한 곰은 모두가 알다시피 웅녀가 된다. "인내와 침묵의 여인. 그렇다면 호랑이는? 고통을 거부하고 추방당한 여자는? 그녀가 돌아오면 어떻게 될까? 그녀는 무엇을 원했을까, 어떤 이야기를 할까?" 그 책의 마지막 구절이다. 엄청난 재해석과 통찰력... 너무 좋았다.

하지만 이제 좋은 얘기 끝. 이제 비판 시작. 이 책에서 할머니는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 1세대이며 그래서 엄마와 릴리 샘과 다르게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사람이다. 그러면 한국 문화 좀 제대로 하시지 그러셨어용...? 물론 저도 제사 이런거 안 지내보고 사는... 명절에 암것도 안하는 후레집안 딸이지만 그 할머니가 하는 세레모니는.. Kosa라는 단어를 쓰지만 그건 고사도 제사도 아니었다. 누가 고사를 밥먹기 전마다 지내고 틈틈이 지내고 그럽니까...? 내가 물론 고사 안지내고 제사도 안지내는 후레 한국인이지만 내 조상들의 영혼이 내 몸에 깃들어 말하길 정말 이건 아니래요... 도대체 뭡니까? 그리고 도대체 누가 액운막이 용으로 쌀을 뿌려요 소금을 뿌리지 작가님!!!!!!!!!!!!!!!!!!!!!!!!!!! 여기서 코리언인 나는 이제 분노를 감출 수 없어 도대체 누가 쌀을 뿌립니까!!!!!!!!!! 소금 뿌려야지!!!!!!!!!! 한국인은 쌀 가지고 놀다가 할머니한테 걸리면 우리손녀딸랑구 지금 액운을 막는구나^^ 가 아니고 이지지배가 쌀 귀한줄 모른다고 등짝 쳐맞아요 !!!!!!!!!!!!!! (실제로 맞아본적있음) 니들이 혼분식을 알아?!?!?!?! 우리 할아버지는아직도 쌀밥만 먹고 보리밥 나오면 끼니 거르셔 흰쌀 귀했던 시대를 사셔서!!!!!!!!!!!!!!! 라떼를 시전한다. (물론 어딘가는 쌀을 뿌릴수도... 있음... 아까 말했다시피 나는 후레전통집안에서 컸기 때문에 근데 방금엄마한테물어보니까쌀안뿌린대그런건있을수가없대 이것봐!!!!!!!!!!!!!!!!!!!!!!!)

이 책을 읽으며 이 책에 대한 검색을 좀 해봤는데 나랑 똑같이 느낀 독자도 있었던 모양이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그들의 동양 조상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에 빠진 작가들이 한국에 대한 오류투성이 글을 그만 쓰길 바란다는 뭐 그런 말까지 봤다. 사실 이민 2세대 그리고 그 후 세대를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여론도 많지만... 그들을 싫어하는 여론도 있긴 있다는 점... 나도 알고 있다.. 난 이미 검머외라는 단어가 세상에 있다는 것도 알아버린 상태란 말이야 흑흑 ...

이렇게 또 When my name was Keoko 와 겹치는 부분이 생긴다. 나는 When my name was Keoko를 읽으면서, 작가 린다 수 박이 한국에서 이미 만들어진 일제강점기 컨텐츠를 시도해본적은 있을지 어렴풋이 궁금했었다. 수많은 가슴 찢어지는 조선인들의 사연들을 알고 있다면 분명 태열을 나겁쟁이아니라고!!! 를 증명하기 위해 카미카제를 자원한 어리석은 아이로 만들지는 않았을 거야. (태열이 자원한 이유는 물론 그것 말고도 여러 이유가 있읍니다만 어쨌든...)

이어서 그리고 고사와 제사도 구별 못 하고 쌀 귀한줄 모르는.. 한국인 할머니를 등장시키는 이 책... 글쎄.. 난 모르겠다. 수백수천부에 번역되어 또다시 수백수천부 팔린 책에 적힌 수백만의 오류.. 이미 일어난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이제 넷플릭스에 한국 넷플에도 없는 녹두꽃 있고 그렇다며...? (왓챠놈들아 녹두꽃에 자막 붙여줘 #헐왓차에) 접근성도 좋아졌으니 이제 좀... 조상의 나라를 소재로 뭔가를 쓰기 전 오리지널 나라에서 이미 만들어진 고증완벽 컨텐츠를 충분히 감상하고 무언가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것도 너무한건 아니지 않나? 한국의 국격이 예전보다 아주 크게 성장했다고 해도 영어로 만들어진 컨텐츠보다 권력과 주목도가 약한 건 어쩔 수 없단 말이야. 당신들이 이상한 오류투성이의 글을 쓰면 한국계가 저렇다는데 찐이겠지 하면서 더 퍼지고 정정하기 힘들어진다고!!!!!!

이민 2세대 그 이후의 글쓰기.. 라고 믓지게 제목을 달아봤지만 나는 모르겠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내 조상 국가와 현재 체류국가 나의 국적이 똑같은 사람이라 이주민의 심정을 잘 모른다. 자기 뿌리를 알리고 프라이드를 느끼고 싶지만 뿌리를 잘 모르고.. 솔직히 난 교포들이 한국 문화 이해 못하는거 당연하다고 느끼거든.. 미국 평생 살던 사람이 유교를 어케 이해하겠냐고~~ 하지만 그렇게 이해 못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이해해야 한다고 강요받을 때마다/혹은 넌 외국사람이니까~ 하고 이해를 가장한 선긋기를 받는 것마저.. 서운하고 혼란스러울 것 같다.

김씨네 편의점 이라는 시트콤을 나는 본 적 없지만 비평과 짤은 본 적이 있다. 이민자의 후손이 참여했는데 한국에 대한 조롱이 너무 심각했다던가.. 나도 좀 보니까 독도가 한국땅이라고 주장하는 이민1세대 아버지를 한심하게 표현하고 한국에서 온 사촌이 일본에서도 진짜 심각한 오타쿠만 하는 애티튜드를 보이던... 한국인 시청자들은 역시 검머외 새끼들 믿어선 안된다고 욕에 욕을 해댔는데 알고 보니까 거기 한국계 그.. 어디야.. 캐나다가 배경인걸로 기억하는데 아닌가.. 아무튼 당사자들은 정정하고 싶었는데 서양인 총책임자가 그렇게 만들라고 해서 그렇게 굴러간 거라며.. 가슴아파. 자신의 뿌리를 정확하고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을텐데.. 너무 슬프고 빡쳐 그니까 아이돌들아 헛짓거리 하지말고 맨날맨날 케이팝 띵곡대잔치 만들고 봉준호 박찬욱 띵작영화 맨날 만들고 아무튼 좀 위대하게 살아보자 우리(진짜 개소리 하네 나 지금... 잘 때가 됐음..). 그래야 우리 뿐만 아니라 한국계 외국인들까지 발언권을 얻고 주목받고 그렇지 않겠냐고 흑흑흑흐그흑 (와 진짜 궤변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과거 강제로 개명당했던 선희는 이제 호랑이도 잡는 릴리로 변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이 문제들도 더 좋게 바뀔 수 있을거라고 믿음.

연속으로 한국에 대한 책을 영어로 읽으니 이 상황이 참 절묘하고 아이러니하고 재밌게 느껴진다. 한국에 대한 책을 영어로 읽는 한국인. 재밌으~~

그리고 그냥 내 개인적인 망상인데 슬픈 시대를 살았던 조선인 선희랑 국~뽕의 시대를 사는 한국인 나 그리고 나와 동시대 한국계 미국인인 릴리.. 이렇게 셋이서 차라도 마셔보고 싶다. 같은 뿌리를 두었지만 우리가 가지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는 수만가지겠지. 너무 재밌겠다.